미쳐가거나 빠져들것이다 『 도니다코 Donnie Darko 』

Posted by 티쳐리
2017. 10. 12. 06:00 리뷰/영화 리뷰

미쳐가거나 빠져들것이다. 영화『 도니다코 Donnie Darko』

도니다코, Donnie Darko의 예고편을 봤다. 예고편에서는 ' 메멘토 이후 1년 .. 당신의 상식은 뒤짚어진다. 세상을 파괴하라. 운명을 거부하라. 그리고 어둠을 무서워 하라. 전세계가 극착한 충격의 판타스틱 미스터리 공포. 세상을 조여오는 거대한 공포와 만날것이다'고 말한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기대되는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 어떤 상식이 무너지고 , 어떤 운명을 거부해야 하며, 왜 어둠을 무서워해야할까?  


포스터를 보면 굉장히 미스테리하다. 검은 배경화면에 토끼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토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귀여운 모습의 동물이 아닌 날카롭고 큰 이빨과 커다란 두개의 콧구멍 그리고 곧 튀어날듯하고 날렵하게 무엇인가 쳐다보는 듯한 초점 없는 두 눈이 있다. 눈은 굉장히 커서 무엇인가 잡아 먹어 눈앞에 품고 놓아 주지 않을 것 처럼보인다. 토끼의 전체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모여 형성하고 있다. 왼쪽 귀 끝은 마치 손이 칼을 들고 있는것처럼 뾰족하다. 그리고 왼쪽귀에는 28064212가 쓰여있다. 무슨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고등학생 도니다코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환각과 몽유병적인 증세를 앓고 있다. 그는 가족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의 빠져 있어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이상한 소리를 따라 밖으로 나가 토끼분장을 한 프랭크를 만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골프장 한가운데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것이다. 잠에서 깬 도니는 자신의 팔에 28064212라는 숫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토끼분장을 한 프랭크가 "28일 6시간 42분 12초 뒤에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낸다. 집으로 돌아간 도니는 전날 밤 자신의 방에 정체모를 비행기 엔진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엇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세상종말의 시간은 서서히 흘러가기 시작한다. 24일이 남은 날, 영어 시간에 배운 내용과 비슷한 물난리 사건이 일어난다. 일어나는 사건들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여기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내용을 떠나서 교육적인 면에 있었다. 그들은 문학시간(자신들의 언어시간, 우리나라로 치면 국어시간)에 책한권을 읽으며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그들이 학기동안 접하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첫의 표지부터 시작해서 첫의 결말까지 읽어볼 기회를 접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 국어책을 들여다 보면 온전한 소설이 있지 않다. 여기서 온전하다는 말은 내용의 질을 떠나 처음-중간-끝(소설로 치자 기승전결의 구조)의 구성을 갖춘 작품이 극도로 짧은 단편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규 수업을 받으면서 온전한 소설조차 읽어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완전한것이 아니라 문학을 부분만 발췌하여 짜집기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읽고 해석하고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부분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교과서 집필진이 선정한 것이고, 그 소설의 핵심은 그부분이 아닐텐데 말이다. 이와 더불어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알쓸신잡에서 나와 말했듯이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글이 교과서에 발췌되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글 전체가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으나 조간난 부분만 써서 그것을 가지고 정답을 찾는 교육을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만약 도니다코의 교실 속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작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상상도 해봅니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오면 도니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며 환각도 종종 계속 보게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떤 사건에 대해서 감정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어요.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을 살펴봐야죠."라고 말할 만큼 똑부러진다. 그리고 그 말을 싫어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고지식한 꼰대 교사다.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교육적인 부분을 생가해 볼 수 있다. 우리 한국 교육에서 어른들은 말잘하는 아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고,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하지만 도니는 이런 교사의 술수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전학생 그레첸이 오는데 그녀는 단번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도 가끔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만,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주체적인 도니다코 모습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깊이가 깊어질 수록 도니다코의 증세는 심각해진다. 상담사는 도니다코가 '공격적이고 현실감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도니다코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기 시작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믿고 있는 또다른 세계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도니는 자신이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과연 자신이 미쳐가는 것을 인지하는 느낌이란 어떨까? 상상이 잘 안간다. 내가 미쳐가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내가 하는 선택과 행동의 결과들을 보며 자책하기도 할 거같고 그냥 끊임없이 헛웃음이 터져나올것 같다. 마지막 까지 과연 나는 인정할 수있을지 아니면 인정하지 못하고 더 반항적인 행동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신이 미쳐가는 것인지 아니면 운명에 의해 흘러가는 것인지 사건은 진행된다. 프랭크가 말해준 사건 발생 1일전 도니다코의 집에서는 할로윈파티가 한창이다. 그 파티장에서 예상치못한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자동차사고로 그레첸을 잃게 되고, 상상속 인물이라 여겨졌던 토끼괴물 프랭크를 보게 된다. 도니다코는 결코 자신이 미쳐가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운명이 진행됨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순간 총으로 프랭크의 눈을 쏜다. 프랭크의 죽음과 더불어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도니는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말한다. 자신이 미쳐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던 그 꿈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차라리 세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그 순간 비행물체는 도니의 방으로 쿵 떨어진다. 그리고 도니의 죽음과 함께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난다. 꿈을 꿧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고 기억하는 이들은 그 꿈으로 고통을 겪는다. 도니의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면 제각각이다. 프랭크는 자신의 왼쪽눈을 쓰다듬으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중국인 여학생은 무언가에 홀린 표정을 짓고, 짐 커닝햄은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레첸은 사건이 일어난 아침 도니의 집을 지나며 도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인사를 하게 되면서 영화는 끝이난다.


결국 도니의 죽음으로 세상의 종말은 피해갈 수 있었다. 굉장히 심오하고 영화의 중요한 부분들이 내용속에 얼기설기 짜여져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영화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중간에 멈추고 내용 틈틈이 나오는 개념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 개념들은 서로 연결되고 처음 내가 가졌던 생각을 바꿔놓았다. 영화 앞부분 까지만 보더라도 도니는 각 개별적인 사건들을 모아 나열해놓고 억지로 연결시키며 생각하는 태도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사건이 개별적이지만 마치 그 일들이 원래 하나, 일련의 사건이 었던것 처럼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중간에 나오는 인공물,기하세계,선택받은자 등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 또한 도니였다. 한번에 보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것이 또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르고, 두번째 읽었을 때 보이는게 다른 것 처럼 영화도 그렇다. 처음에 즐겼던 부분이 두번째와는 다를 수가 있다. 이영화는 딱 정말 그렇다. 처음보면 공포와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 두번째 보는순간 그걸 넘어서서 압도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된 연출과 스토리에 놀란다. 그리고 자신이 가졌던 수수께끼와 의문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궁금증과 의심스러웠던 점들이 풀리며 도니가 생각하듯이 개별적 사건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때의 감정을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내용과 구성적인 측면 말고도 다른 것들을 느꼈다. 특히나 영화의 배경이 학교이다 보니 교육적인 측면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지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어쩌면 이것은 관객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경향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런것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영화는 별로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나만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던 뜻깊은 영화다. 보면서 자신만의 포인트를 잡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을 얻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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