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3

Posted by 티쳐리
2017. 10. 24. 06:00 리뷰/영화 리뷰

대부3 (The Godfather part 3)

대부 시리즈의 거대한 서사를 마무리짓는 작품답게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2편은 가족을 지키려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가족과의 헤어짐으로 마무리 지어졌었다. 3편은 시간이 꽤나 흐른뒤 마이클 꼴레오네(알파치노)가 자선사업에대한 공로로 교황에게 상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편과 3편은 16년이라는 시간적 세월이 존재한다. 그사이 모든 인물들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바껴서 어색한 시작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착가각이었다. 역시는 역시다. 대부는 대부다. 


마이클 꼴레오네(알파치노)의 모습이다. 2에서 깊은 회의감에 잠겨 사색하는 것으로 끝이 나던 마이클과 확연히 다르다. 잘생기고 꽃미남이던 마이클이 어느새 머리가 하얘지고 머리가 빠져 이마가 넓어졌다. 그리고 깊은 세월의 흔적 마냥 주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카리스마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마치 내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듯해 약간 무섭기도 하다


치열한 심리전

대부 시리즈의 묘미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빛나는 치열한 심리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너의 생각을 적에게 드러내지마라"라고 했던 비토 꼴레오네의 시작부터 말이다. 대부의 액션은 치고박는 물리적인 액션보다 대사한마디 한마디로 보는이로 하여금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그런 맛이 있다. 화려한 액션과 전투씬이 아닌 긴장감과 초조함을 불러일으키며 마지막에는 희열감마저 느끼게 하는 그런 묘미가 있다. 

마이클은 패밀리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사업들은 모두 정리하고 조직을 완전히 합법적인 하나의 기업형태로 만들었다. 정점을 찍기위해 마이클은 세계적기업의 인수를 위해 바티칸과 은밀한 거래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바티칸의 부패한 대주교와 사업을 한다. 대주교는 거액의 돈을 차용하는 댓가로  교황의 힘을 이용해 마이클이 거대기업을 인수하는데 돕기로 한다. 그누구도 감정적으로 나오기 보단 자신의 뜻을 살리면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상대를 서로 압박한다. 

마이클은 이일을 위해 예전에 관계맺은 조직들과 인연을 끊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자신의 대부에게 부탁해 조직연합의 자리를 만든다. 하지만 마이클은 생각지 못하게 뒤통수를 맞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마이클은 이내 침착함과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장기인 심리전을 시작한다. 단번에 그는 뒤에 거대한 적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농락하고 있음을 짐작한다. 그리고 그를 찾기위해 처절하고도 필사적인 작전을 벌인다. 

그는 가족을 누구보다도 끔찍이 사랑했다. 특히나 딸을 사랑했는데 그런 딸의 이야기를 작전으로 사용한다. 물론 딸을 직접내세우지 않지만 빈센트를 내세워 적의 심리를 파악하도록 했다. 
너무나 위험해 보였다. 마이클은 극중에서 "적들은 너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온다"라는 말을 한다. 빈센트는 실제로도 자신의 딸인 메리를 사랑하고 있었고, 빈센트에게 이상한 낌새를 적들이 눈치 챈다면 바로 자신의 딸인 메리가 희생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그만큼 치열하고도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것 같다.


마이클의 주변 인물들의 심리전도 빛을 발한다. 특히 여동생 코니. 여동생 코니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마이클을 한때 원망했다. 자신의 가족까지 냉정하게 버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증오했다. 그리고 자신을 언제죽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더욱 반항적으로 미워했다. 그러나 마이클이 나이들고 병약해짐에 따라 그녀의 마음에는 변화가 생겼다. 연민의 감정도 생기고, 옆에서 지내다보니 마이클의 행동이 모두 가족의 안위를 위했음을 이해하게된 것이다. 오빠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그 결정으로 지켜낸 것이 무엇인지 오빠 마이클의 목숨이 위태로워 지면서 점차 공감하게 됐다. 끝내 가족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 같던 코니마저  꼴레오네 패밀리를 배신한 자신의 대부를 향해 암살을 시도한다.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다 했던 아빠와 오빠를 깊게 이해하게 되는 장면일 것이다.


코니의 대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화기애애한 말들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함을 보이면서 받은 과자에서 "네가 너무 마른것 같으니 먹어야겠구나"는 말과 함께 과자를 코니에게 건낸다. 코니의 눈빛이 매우매우 짧은 순간 흔들리는거 같았지만 이내 돌아와 한입베어문다. 그리고 코니의 대부는 안심한듯 과자를 먹으며 오페라를 본다. 그리고 이를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지고 코니는 슬쩍슬쩍 지켜보며 죽어가는 대부를 향해 "편안히 주무세요"라는 말을 남긴다.


좌절과 절망 그리고 오열

마이클은 항상 자신의 선에서 가족들 사업이 끝나기를 바랬다. 시작은 가족들을 위해서 했지만 점차 가족들을 잃으면서 더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하지만 그 뜻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3에서 마지막쯤 오페라 시작됨과 동시에 나온 장면들은 잊지못할 명장면들이다. 마이클은 아들 앤소니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족들과 다 함께 참석했다. 시실리 최고의 암살범이 마이클을 노리고 있던 장소에서 말이다. 암살범은 미리 준비한 신부의 옷으로 갈아입고 잠입한다. 암살범은 VIP실이 보이는 자리에 미리 숨겨놨던 총을 찾으러 간다. 그의 시건과 오페라의 장면들이 교차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마이클이 앉은 자리를 향해 저격총을 발사하려는 순간, 마이클이 생각지 못하게 자리를 비우면서 계획을 변경한다. 그는 할 수 없이 권총을 가지고 가까운 거리에서 죽이기로 작정한다. 오페라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오페라가 끝난 뒤,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마이클 꼴레오네와 딸 메리가 걸어나온다. 

그 순간 암살을 계획한 바람잡이의 신호가 나오고, 암살범은 마이클을 향해 한발 총을 쏜다.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정작 아수라장이 된건 따로 있었다. 바로 마이클 꼴레오네의 마음이다. 꼴레오네를 향해 발사한 총알은 마이클을 빗겨나 딸 메리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 

메리가 피를 보며 쓰러지자 마이클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딸을 안다가 발작을 보이는 듯한 오열을한다. 두눈을 감싸쥐고 소리없이 울다가 마지막에 짧고 굵게 아우성친다. 그가 느꼇을 감정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의 모든 표정과 몸짓이 말해주고 있었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보물을 잃은 슬픔을. 게다가 그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니 슬픔은 배가 됐고 그의 가슴을 갈기갈기 남김없이 찢어놨을 것이다.

이전의 마이클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숨기고 냉정해야 했던 사나이지만 딸을 잃은 슬픔은 그런 그조차도 침착하고 냉정해지기는 어려웠다. 자신을 꽁꽁 감추던 망토를 벗어버리고 아무런 것도 걸치지 않고 감정이 시키는대로 모든것을 쏟아붓는 그의 오열은 잊혀지기 힘들다. 

암살마저 피해가며 무탈하게 살아갈것 같은 마이클은 살아있지만 누구보다 큰 좌절과 절망감속에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야하는 벌을 받았다. 그동안의 살육에대한 죄를 씻어내듯이. 그리고 마지막 순간 행복했던 가장 기뻤던 장면들을 회상하며 시실에서 영원히 잠들게 된다.

꼴레오네 가족의 일대기는 마이클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죽음을 피해 도망쳐 필사적으로 살아내서 패밀리를 만든 비토 꼴레오네를 시작해서 최고의 패밀리까지 올랐다가 소니, 프레도, 딸 메리 등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마이클 꼴레오네 까지 한편의 대서사시 같은 이야기가 끝이났다. 
끝맺음을 다루는 대부3가 전작1,2편에 비해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3가 가장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나 앞에서 언급한 치열한 심리전의 시작부터 오페라의 시작과 동시에 일어나는 긴장감은 아직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대부는 마피아를 옹호하게 만들려고 만든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꼴레오네 일가를 걱정하고 옹호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 마피아를 미화하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한 일가의 격동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한시대를 처절하고도 필사적으로 살아갔던 꼴레오네 일가에 대한 이야기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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