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지구를 지켜라 』

Posted by 티쳐리
2017. 10. 5. 15:00 리뷰/영화 리뷰

 영화 리뷰『 지구를 지켜라 』

 『 지구를 지켜라 』를 어릴적 TV에서 처음 접했을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지구를지켜라! 제목을 보고 우주인들이 침공해서 그 공격에 맞서 영웅적인 인물이 싸우는 큰 이야기가 나올 거같았다. 하지만 웬걸. 흔히 말하는 집돌이, 일본어로는 히키코모리라 불리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주인공 병구는 외계인을 찾는다는 신념으로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잡아 고문한다. 자신이 개발한 참신하고 잔인한 고문 방법으로 말이다.그 잔인하고도 참신한 방법들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제목 역시 머리에 꽂혔다. 시간나면 다시 봐야지 하다가 그 다시가 이번이 되었다. 


포스터를 보면 유쾌하다. 범우주적코믹납치극. 혹시 당신 외계인? 그리고 그 외계인을 물리칠 비밀 병기가 우리가 아는 물파스라니! 머리에는 헬맷을 쓰고있는데 기존의 헬맷과는 많이 다르다.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각종전선들이 보이며 괴상하기까지 하다. 과연 지구를 지킬 수있을까! 궁금해지는 찰나 범우주적코믹납치극 이라는 말이 입맛을 돋군다. 포스터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신하균의 모습이 매력적이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전과 보고난 후 포스터를 보면 사뭇 느낌이 다름을 새삼 깨닫는다. 포스터 만든 사람이 의도 했을지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게 많다. 영화를 보기전 처음 포스터를 볼때면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오 재밌어 보이는데? 이 배우가 이렇게? 이런식으로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후에 다시 보면 왜 저런 구성을 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구를지켜라'라는 제목 위에 작게 쓰여진 '대한민국 청년 병구야~'도 그렇다. 쓰이 않아도 될것을 왜 썼을까? 


지구를 지켜라에서 주인공은 크게 세명이 나온다. 청년 이병구. 강사장이라 불리는 부자 강만식. 소녀 순이가 있다. 영화를 재밌게 감상하는 법은 캐릭터에 주목하는데 있다. 각각 캐릭터들이 돋보이며 배우들이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과정이 눈에 띈다. 


먼저 홍일점 순이, 이병구를 따라 오빠오빠 하면서 나오는 소녀가 바로 그녀다. 순이는 병구에 대한 순애보를 가진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믿음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옷을 입는다면 흰 옷이 가장 잘 어울릴 정도로 영혼이 맑고 희다. 체조를 활용한 서커스 단원 출신으로 나오며 유연성을 활용해 액션을 펼쳐 보일때는 과장된 모습에 유쾌함도 느낄 수가 있다. 그녀는 병구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잘따른다. 병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그만큼 병구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음 알 수 있다. 병구가 위험에 처할때마다 나타나 도와주는 순이. 결국 병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다. 


다음은 포스터의 주인공 이병구. 그는 사회가 만들어낸 약자이면서도 병자로 보인다. 선천적인것은 모르겠으나 불우했던 시절들이 만들어낸 인물임은 확실하다. 어릴적 강만식 사장이 하는 공장에서 팔을 잃은 아버지를 보며 자란다.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슈퍼맨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팔을 잃기 전까지.. 팔을 잃은 후에 아버지는 고통스럽다는 감정 자체를 잊기위해 술에 의존하게 되지만 분노는 나날이 커져 애꿎은 가족에게로 향한다. 자신이 존경해오던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는 경험을 겪고, 자신의 두눈으로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자신의 우상이 맥없이 타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희망없는 결말까지 겪은 병구는 아프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했다. 사랑하는 엄마 마저 화학공장에서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식물인간이 되고 그후 평생 병원신세를 지게된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죽기살기로 일하며 착실하게 살아오지만 노동의 대가로 돌아온 것은 가진자들의 폭력앞에 처참히 죽어가던 자신의 애인의 모습 뿐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위해 일했을 뿐인데 돌아온것은 더 큰 좌절의 연속으로 병구는 나날이 아파간다. 그 원인은 사실 강만식 사장과 관련있다. 모든 불행의 사건들이 강만식 사장의 배를 불려주던 회사안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병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분노했어야한다. 분노와 동시에 병구는 지구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외계인에 대해 철저히 파고든다. 외계적 존재가 지구인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느낀것이다. 양자대결의 구도. 지구인과 외계인으로 빗대어져 표현되어 있을뿐 사장v과 직원, 회사와노동자 더나아가 생각하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대결 구도까지 이어진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병구는 열심히 자료를 모으며 연구하고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강만식 사장의 납치가 이루어진다.


강만식사장은 경찰청장의 사위이면서 여러 회사,공장들을 소유하여 경제적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계층이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계급이다. 그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야박했다는 것만 보아도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이 화려하게 지속될 줄 알았던 강사장은 병구에게 납치가된다. 납치된 강사장은 머리는 대머리가 되어있고 흰옷을 입고있다. 병구는 자신이 발견한 고문방법들로 강사장의 실체를 밝혀내려한다. 살갗을 벗겨 물파스를 발라내기 시작한다. 실생활에서 쉽게 보이는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용도에 벗어난 반전을 통한 웃음을 느낄수도 있다. 진지하고 과학적인 설명까지 덧붙이는 장면에서 반전의 웃음은 더해진다. 다만 웃지 못하는 한사람 강만식. 고문이 진행될때마다 그의 흰옷은 점점 붉게 변해간다. 붉게 변해 가는 모습이 마치 자신이 지은죄를 속죄해나가는 것 처럼 보인다. 완전히 붉게 물들어 깨끗이 씻어냈을때 풀려날 수 있을거 같다. 병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강만식 사장은 이병구라는 인물이 왜 자신을 이토록 괴롭히는지 알아내게 된다. 자신에게 있는 죄를 느끼지느 못하더라고 나에게 잘못이 있는가는 의구심을 처음으로 가지는 장면일 것이다. 병구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된 강사장은 꾀를 쓰기 시작한다. 온갖 장식적인 말들로 병구를 설득하기를 성공한다. 그의 얄팍한 술수에 넘어간 병구와 순이는 강사장을 따라 약을 구하러 간다. 그곳에서 그 둘은 다시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사장만이 알고있다. 강사장은 결국 음모를 성공시킨다. 순이와 병구의 죽음을 통해서 강사장은 자유를 찾는다. 하지만 그의 몸도 이미 상처투성이. 그러나 목숨은 건재하다. 분노하지 않을 수없다. 악이라 여겨지던 인물이 살아남고 선이라 생각되던 사람들이 죽은것에 말이다. 


살아남은 강사장은 갑자기 주문을 외치더니 우주선이 내려와 데려간다. 알고보니 강사장의 진짜 정체는 외계 왕자님이었다. 우주선에 탑승한 강만식 왕자는 화면으로 인간을 상대로한 실험 실패들을 지켜본다. 강사장의 혼란되고 파괴된 내면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강사장이란 인물의 헛말을 빌려 인간자체가 원래 폭력적이며 미친존재라고 암시하며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로 실험을 중단 시키며 지구를 파괴시킨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에서 내내 인간의 잔인함을 볼 수 있다. 잔인함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진실을 밝혀내려는 고문과 같은 물리적 잔임함. 자신의 이익을위해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외면하는 정서적 잔임함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엘리트 계층이 지배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병폐를 꼬집어 비판하며 그것을 해소하는데 있어서 비웃음과 SF판타지로 승화시켜 분을 삭이게끔 하는 거 같다. 


영화가 끝난 뒤 다시 포스터를 본다. '대한민국 청년 병구야~'가 쓰여져있다. 왜써져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병구야~가 아닌 대한민국 청년이 앞에 붙음으로써 병구는 한국에 사는 모든이들이 될 수있음을 말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해가 쉽다.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내는 환경 속에서 시름시름 앓으며 싫어도 티를 못내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주위를 보지 않더라도 나역시도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병구는 실행력이 강했을 뿐이다. 슬픔에 젖고 아픔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분노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고 자신이 생각하고 찾던 진실은 옳은 것이었다. 우리사회에 병구와 같은 인물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같이 납치해서 사회를 바꾸는거에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할 줄 알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진실을 볼 수 있었던 인물들 말이다. 그런 인물들이 시대,지역마다 있었기에 우리가 살 수있는 소중한 보호처와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고 본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행을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행동을 하기에까지 수많은 고민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을 거대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감은 공짜입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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