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적당히 차갑고 가슴은 적당히 뜨거운 『내 나이 서른하나』

Posted by 티쳐리
2017. 10. 13. 06:00 리뷰/책 리뷰

머리는 적당히 차갑고 가슴은 적당히 뜨거운 『내 나이 서른하나』

한가한 주말 오후,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직 20대인 나에게 있어서 서른하나는 겪어보지 못한 나이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지금 내나이에 벌어지는 불안감을 잊기 위해 먼 미래를 찾아 나섰던 것일까? 故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좋아해서 였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발걸음이 이끄는대로 손이 뻗는대로 손웨 쥐고나니 <내 나이 서른하나> 였다. 과연 서른하나의 삶은 어떨까?


나이에서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때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스무살을 거쳐 서른으로 넘어가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상이 마치 끝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한다. 이 책에는 서른 한명명이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 3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여자, 아들에 집착하는 여자, 약에 의지하는 여자, 여행을 즐기는 여자,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 섹스에 몰입하는 여자 등등..각기 다른 삶을 살아도 그들 모두 같은 서른한살이다. 그녀들 모두 세상이 마치 끝날거 같은 느낌을 지났지만 끝나기는 커녕 이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른한살은 그런 나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면 '서른 한살짜리 여자가 좋다. 그녀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남자를 이해한다. "난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여자가 좋아. 더 이상 방황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확고한 가치관도 가지고있고, 그러면서도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잖아."

20대를 지나치면서 잃을것이 ,잃은것들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 나이서른하나>에 나오는 에피소드 모두가 즐겁다.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하나를 음미하려는 순간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일본 작가 특유의 감정과 문화가 많이 반영되있다. 읽으면서는 '에이 설마 그럴수 있나?'라고 할 정도로 현실과 뒤떨어져 보이기도 하다가 읽고나면 '그래 그럴수도 있지.그런거야'라고 하게된다. 여러 이야기 마다 서른하나 주인공들이 나오며 다채롭다. 그리고 스토리마다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들이 있다. 그 문구들을 읽으면서 생각에 빠져 보는 재미도 있다.

몇가지 문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는 대학시절부터 10년간 사귄 애인이 있다. 그와 계속 만나느 것은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특별히 헤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쿵 넘어진적이 있지 않는가? 버스에 서서가다 기사님이 브레이크를 밟았을때 앞으로 튕겨나간적 있을 것이다. 주말 아침에는 늦게 일어난느 습관, 손톱을 물어 뜯는 일 등 모두 관성이다. 분류하자면 과학적 의미의 물리적 관성과 일상생활의 관성 이랄까. 저 문장은 어떠한가? 처음 읽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던 열정적인 사랑이 어느 샌가 깊어지고, 익숙해지고, 반복됨에 따라 관성마냥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놀랐다. 권태기를 느끼는 커플들은 연애의 관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읽으면서 이말을 기억해둬야겠다 다짐한다. 사랑으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나중에 진득하게 던져볼 수 있는 그런 질문이 될거 같다.


"좋아하고 좋아하며 또 좋아하는 그. 좋아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그"  

이문장을 읽으면서 어떤 한 상황이 떠올랐다. 마치 내가 소설속 주인공이 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생긴 친구가 있다. 오랜만에 모인 동창모임에서 친구들이 물었다.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어디가 좋아서 사귀게 된거야?' 여기 저기서 쉴새 없이 질문들이 날아든다. '글쎄..웃는 모습이 예쁘고, 성싱하고. 음 다좋아' '아 뭐야. 다 좋다고? 시시하네' 무슨대답을 원한 걸까 그 친구들은. 자신을 만족시켜주는 장점을 골라 얘기해 줬어야 하는 걸까? 만약 애인이 생긴 친구가 나였고, 내가 그렇게 꼭 집어 대답할 수 있었다면 슬펐을 것이다. 반대로 그 친구가 자신 애인의 좋은 점을 꼭 집어 말해도 슬펐을 것이다. 왜왜냐고? 그런 말을 할 수있다는건 그런 장점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대체 될 수 있다는 말이니까. 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있고, 대체재를 구할 수 잇는 사람이니까. 너무 잔인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애인이 물어도 나는 똑같이 말할것이다. "다 좋아 . 다 사랑스러워" 라고. 어쩌면 너에게는 부족한 대답일지 모른다. 구체적이지 않고 너무 몽상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사실인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너의 좋은 점을 밤낮으로 구구절절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점점 슬퍼질거 같다. "다좋아"라고 사실을 말함으로 너는 나에게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랑, 더 몰입할 수있는 사랑으로 다가온다는걸 이해해 주길 바랄뿐이다. 

한문장을 읽었는데 마치 소설이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이유 만큼 알 수 없이 좋아함을 느낄 수있는 나이가 서른하나다. 그런 아름다운 나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감탄스럽다.


이 책의 묘미는 본문을 읽으며 재미를 느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작가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멋진 말이 옮긴이의 말에 있었다. <내나이서른하나>를 옮긴 이선희의 말이 그렇다. 짧지만 정확하게 가슴에 와닿는 말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천천히 음미할 수록 그 감동도 깊어진다.


"때로는 열심히 때로는 나태하게 때로는 정열적으로 때로는 게으르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때로는 소극적으로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나른하게.. 그렇게 살다 문득 정신 차리니 어느새 서른한살. 그때 자기 앞에 놓여 있는것, 그때 자기가 하고 있는것, 그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른한살. 이미 사랑에 목숨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는 나이. 이미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하루하루 적당히 살아가지도 않는 나이. 이미 인생이 장미빛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지도 않는나이. 한마디로 말해서 머리는 적당히 차갑고, 가슴은 적당히 드거운 나이라고나 할까?"

서른 하나 나이에 대한 섬세하고도 깊은 생각이 담겨진 묘사가 아릅답다. 인생에 있어서 나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나이에 대한 묘사도 머리 속으로 해보도록 만드는 말이다. 책을 읽으며 옮긴이,역자에게 감동을 해보긴 이책이 처음이다. 이선희 역자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것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없어.' 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을 잡기도 하고 행복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 당신이 가장 목숨거는 것은 다른 사람 눈에 하찮게 보일 수도, 시시하게 보일수도 있다.…(중략)그래도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하나만 있다면, 이 답답한 세상도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읽으면 힐링이 되는 문구다. 누구나 다들 심심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글이다. <내나이서른한살>의 주인공들은 다들 소중한 것 하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여행,자동차,약,섹스,아들 등등 누군가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은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지 나에게는 다른 무언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 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오히려 잘된 셈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나에게는 다른 소중한 무언가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기니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이가 가장 불안하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자기 인생중에서 가장 많이 살아온 나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이 펼져질지 겪어보지 않아서 걱정이 앞서는 나이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이기도 하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낟. 나에게도 반드시 서른한살은 찾아 올것이고 그때는 서른한살이 끝인것 처럼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그때 다시 한번 이책을 꺼내들어 읽어보는 내모습을 상상해본다. 내 삶의 소중한 것을 찾았을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해보며 책을 다시 읽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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