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리뷰

Posted by 티쳐리
2017. 11. 1. 06:00 리뷰/책 리뷰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리뷰

이름이 심오하다. 종의 기원 이라하면 찰스다윈이 먼저 떠올랐다.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어서다. 찰스다윈의 종의 기원이 생물학적 진화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인간이 지닌 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나미 정신분석가의 서평을 빌리자면 이렇다. 

"파괴된 젊은 영혼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독자들로 하여금 악인을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혼란 이후 몰려오는 애정 어림. 이 양가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종의 기원 줄거리

비둘기 세상속 포식자가 살아간다. 바로 한유진, 그는 학창시절 수영선수였다. 한때 전국구에서 알아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발작증상 때문에 수영을 그만두게된다. 그는 발작이 일어나기전에 자신의 감각이 극대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나 후각, 지릿한 비릿내에 예민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생각을 더듬어보니 마지막 기억도 스멀스멀 피냄새가 났던거 같지만 정작 본인이 어디서 무얼 했는지 생각하지 못한다. 이상하다 싶으면서 넘겼지만 자신의 몸이 액체같은 걸로 딱딱하게 굳어있고 아직까지도 비린내가 심하게 나는걸 이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유진은 1층으로 조심히 내려갔다. 

유진은 바닥에 피 웅덩이 안에 여자가 발을모으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머리는 얼굴앞을 가린채 죽어있었다. 머리를 넘겨보니 그의 엄마였다. 변호사가 되기위해 로스쿨을 준비하던 유진은 영민한 머리로 가설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누가, 왜 엄마를 죽였을까라고 자신의 머릿속에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어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나게 된다. 

어젯밤 유진은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이모가 준 약을 걸렀다. 약을 거른 대가로 언제 올지 모르는 발작에 대비하며 어디론가 뛰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거세졌고 결국 어제 새벽 그렇게 유진은 한밤중 다시한번 거리를 뛰쳐나갔다. 항상 그랬듯이 엄마몰래 나갔다 들어가야지 했는데 어제밤은 엄마가 유진을 집안에서 기다렸다. 엄마는 유진이 들어오자 소지품들을 뒤지며 "유진이 너는... 살아서는 안될 놈이야"라고 말하며 면도칼을 들고 자살을 강요했다. 유진은 겁에질려하면서도 충격을 먹고 어머니에게 저항하다 아버지의 유품인 면도칼로 한번에 어머니 목을 그어버렸다.

기억을 찾은 유진은 자신이 어머니를 어제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가'질문의 가설을 해결한다. 전화기가 계속 울리면서 언제 친구이자 형인 해진과 짜증나는 이모가 들이닥칠지 몰라 우선 증거들을 인멸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 '왜'라는 이유를 찾아나섭니다. 안방을 정리하다 어머니의 검은 노트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유진에 관한 관찰일지가 적혀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에 대해 써내려간 내용들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해나간다. 자신이 약을 먹던 이유도 발작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글에는 이모가 유진을 평가했던 내용들도 적혀있었다. "유진이는 싸이코패스 중에서도 최상위인 포식자"라고 명시되있었다. 진실을 알게된 유진이는 어머니와 이모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자신의 삶에서 언제나 통제권과 힘은 그 둘이 쥐고 자기를 쥐락펴락했다는 것에 말이다. 죽은 친형 유민보다 잘할수 있었던 그리고 자신이 열망을 느꼈던 수영마저도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사실과 26살이 되도록 혼자 여행도 못가게 억압했던 사실들이 떠오르면서 분노는 극에다랐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을수록 예전 기억들과 사실들이 밝혀졌다. 어머니는 죽기전 유진을 찾아나섰었다. 어머니가 본 유진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다. 여자의 목을 뒤에서 낚아채고 단칼에 죽여버리고 물에 던지는 악마였던 것이다. 유진이는 태어날때부터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두려움, 죄책감, 양심의 가책도 못느끼고 남의 감정에 공감을 못했다. 세상의 모든 채널이 자기중심이었다. 그에게 사람은 자신에게 이롭거나 해롭거나 두가지존재였다. 노트를 읽는사이 이모가 집으로 찾아왔다. 유진은 해로움의 근원인 이모를 망설임 없이 살해한다.

한편 해진은 집에온후 어머니와 이모가 동시에 연락이 안됨을 깨림직하게 여긴다. 그리고 불편하고도 충격적인 살해현장의 진실에 마주한다. 해진은 유진에게 자수할것을 이야기하며 달랜다. 유진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이로운 존재였던 해진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순응하는듯 했다. 자수하러가는 동안 유진은 짧은 찰나 '말이 되는그림"을 그린다. 해진에게 모든 것을 뒤짚어 씌울 계획을 말이다. 경찰서로 가는 도중 유진은 자동차를 어두운 바다속
떨어트린다. 해진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유진은 계획대로 살아남고 다른 피냄새를 맡으며 사라진다.

악인에 대한 고찰

착하다 혹은 나쁘다의 기준이 무엇일까? 나쁜사람과 착한사람의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있다면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유진이와 엄마, 이모, 해진이 얽힌 이야기는 기존의 선과 악에 대한 규정을 새삼 생각해보게한다. 유진이는 누가 봐도 악하다. 이모의 표현을 빌려쓰면 최고의 싸이코패스 악인이다. 유진이는 어렸을 적 정신분석 검사를 통해 이미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싸이코패스임이 밝혀져있었다.
이모는 그를 잠정적 범죄자로 낙인찍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무탈하고 무해하게 자라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약을 통해 치료를 하려고했다. 약이 있는한 그는 힘이빠지고 무기력해지고 잠잠했다.

이처럼 어머니와 이모는 유진이가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약을통해 유진이의 행동을 제한시켰다. 이런 점을 보면서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가 생각났다. 마이너리티리포트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활용하여 미래의 범죄를 애초에 차단시키는 범죄예방국을 다루고 있다.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는 미리 발생할 수 있는 강력범죄들을 차단시키기 위해 살인범들을 미리 잡아다 놓는다. 마치 유진이가 이모와 엄마에게 잡혀있듯이 말이다.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는 범죄예방국의 시스템상 허점들이 들어나면서 그것을 자기 이익에 맞게 이용한 사람이 등장하면서 범죄예방국 시스템은 폐기가 된다. 살인의 진범이 조작되고 예상했던 사건들과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보면서 개인에 대한 너무 심한 억압이 아닌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형을 집해받아야 한다니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졌고, 국가가 개인에게 저지르는 폭력같이 느껴졌다. '

하지만 유진이의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진다. 유진이가 평범한 개인이라면 (사회적인 자아가 발달된) 이모와 엄마의 통제와 구속은 옳지 못한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이는 평범하지 않았다. 애초에 씨앗중에서 썩은 씨앗이 있듯이 유진이는 썩은 씨앗이였다. 썩은 씨앗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 뿐아니라 애초에 자랄 수 가 없을지도 모른다. 유진이는 사회에서 사회적자아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을 뿐아니라 살아가지 못할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자기는 인식하지못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유진이 범인으로 잡히고 변호를 한다고 생각했을때 그의 악행에 대한 죄의 무게를 탕감해줄 명분이 있을까? 내가 만약 변호사라면 어떻게 답변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유진이 자신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했고, 정신이 이상한 상황에서 저질렀던 것들이며 기억을 제대로 못한다. 게다가 유진이를 이렇게 만든건 어릴적부터 이모와 엄마의 질식할듯이 숨막히게 조여오던 압박, 통제, 구속이다.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것도 정상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등등으로 변호하면 어떨까? 

아니 그래도 나쁜놈이라고 생각한다. 유진이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죄를 결정짓는건 자기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른 신념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머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이모가 유진이를 진실을 감춘채 속여 구속하고 통제한 것도 물론 나쁜일이다. 악행이라고 보면 악행이다. 하지만 그것이 분노로 인한 ,쾌감을 위한 살인과 같은 악행은 아니다. 악행의 경중을 확실히 따질 수 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말이 나온다.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가는지 그려보이려면"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는 악이 우리안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그것이 세상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유진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것같다. 우리모두 안에 악이있고 그것이 발현된 인물로서 유진이를 선정했을 것이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유진이란 캐릭터는 애초에 우리와 다른 비둘기라는 것이다. 애초에 다른 것을 가져다가 우리와 같다라고 할 수 는 없다. 비슷하다라고 할 수도 없다. 애초에 악인을 가지고 악을 가진 우리와 같다고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이 유민에게 연민을 느끼기전에 분노가 차오르게 만든다. 애초에 악인을 가지고 악을 가진 우리와 같다고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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