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1,2,3 : 세계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Posted by 티쳐리
2018. 1. 4. 06:23 리뷰/책 리뷰

정글만리1,2,3 : 세계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오랜만에 졸지않고 집중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에 중국에 가고싶은 생각이 너무 많았는데 책을 읽고나니 중국인상에 대한 결정타를 무방비 상태로 맞은거 같습니다. 

총 3권의 장편소설이라 양적인 면에서 무척 놀라면서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술술 읽히며 내용이 머리에 쏙 박히는 책입니다. 가볍게 읽으면 가볍게 무겁게 읽으면 무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정글만리의 장점입니다. 그만큼 생각거리와 유희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중국이란 나라가 가지는 현대적 특성과 위치에 대해 진득한 안목을 비춰주면서도 소설로서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야릇한 책입니다. 중국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거나 비즈니스 사회를 상상하고 싶으신 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정글만리 줄거리 및 인물관계    


정글만리를 읽다보면 권마다 주요 내용들이 있습니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한다면 '중국이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중국이란 나라는 세계공장에서 탈피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인구로써 세계시장으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소설 중심에 있는 인물인 전대광은 종합상사 부장으로 아주 탁월한 주인공역할을 합니다. 종합상사는 수요가 있는 시장에다가 물량을 확보하여 유통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인물입니다. 전대광을 둘러싸서 인물들이 얽히며 각종 사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지역으로는 크게 5가지로 나뉘는데, 정치수도 베이징 이야기와 경제수도 상하이, 개혁개방의 시초 광저우, 한국기업의 집중화가 일어났던 칭다오, 중국의 살아있는 역사 시안을 무대로 삼고있습니다. 지역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씨실과 날실이 얽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먼저 베이징을 중심으로 인물을 살펴보겠습니다. 

●송재형- 전대광의 조카, 리옌링의 연인, 경영학도에서 역사학도로 전향한뒤 열정을 품게된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 놀라며 독자로하여금 대리감정을 느끼게하는 인물.

●리옌링- 송재형의 연인이며, 리완싱 사장의 딸. 당돌하고 적극적인 중국여자의 상징. 

●이남근 삼촌- 송재형 친구의 삼촌으로, 손재주가 뛰어나고, 세계 짝퉁시장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옴. 짝퉁장인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다음으로는 중국경제 수도 , 제2도시 상하이 입니다.

●서하원- 한국에서 잘나가는 외과의사 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명성과 재산을 모두 잃지만, 가족애 하나만을 가지고 중국에서의 성형외과로 도약을 위해 넘어오는 인물. 나중에 샹신원에게 속아 전재산을 잃게된다.

●샹신원- 상하이의 중국당원으로, 세관 고위직을 맡고 있으며, 전대광의 꽌시(연줄)다. 천웨이의 남편이였지만, 왕링링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간다.

●천웨이- 상하이방계 큰손, 당돌하며 전대광이 자신의 동생을 위해 힘써준 것에 감사하며 연이 닿게된 인물. 후에 꽌시가 된다. 

●왕링링- 신흥 기업인 골드그룹의 회장, 혼혈인이며, 미모와 지식을 겸비한 사업가, 자신을 이끌고 만들어준 양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깊다. 마지막 계획부도까지 철저한 계획을 통해 실행하며, 여자도 남자 얼나이를 거느릴수 있다는 당돌함을 지녔다. 자신이 샹신원의 얼나이가 아니라 샹신원이 자신의 꽌시이자 얼나이였다고 말이다.

●앤디박- 골드그룹 건축사장으로 왕링링의 애정과 신뢰를 받는다. 한국계 미국인이며, 부정적인 방법으로 돈버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잠재적 경영센스가 있다. 마지막에 믿었던 왕링링에게 속아 충격의 심연에 빠진다. 

●일본인3총사- 이토히데오(상사원), 도요토미아라키(철강회사직원), 이시하라시로 , 

●강정규- 종합상사 신입으로 전대광이 명퇴하기전에 가르침을 받는 인물. 강정규의 입을 빌려 우리는 중국에대한 질문을하고 전대광의 목소리를 통해 그 답을 얻는다. 


세번째 배경인 광저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리완싱- 리옌링의 아버지, 광저우 지방 큰 사업가, 전형적인 중국인. 중화제일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놀라운 장사안목을 가짐. 중국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명품 자국화를 통해 사업가로서의 탁월성을 증명해낸다.

●자크카방- 프랑스 명품회사 직원, 리완싱의 사업수완과 중국 시장에대한 놀라움을 새삼 느낀다. 

네번째는 바로 칭다오입니다. 맥주로도 유명한 곳인데,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한국기업들이 엄청 몰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경만사장- 덕이 있고 인자하며 솔선수범하는 사장. 전대광이 꿈을 꾸도록 자극하고 감명받은 인물.

●정사장- 홍콩에서 대만의 분리독립이야기에 수긍하다가 본토에서 잡혀가게된 인물, 중국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


마지막은 진나라와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입니다.

●김현곤- 포스코 철강회사 직원, 골드그룹과의 계약에 있어서 일이 틀어지면서 좌천성으로 시안으로 발령나게된다. 거기서 다시 한번 큰 사업을 맡게되면서 재기하게된다.

●친커과장- 시안관리, 김현곤의 꽌시

●최상훈- 시안 검찰과장, 조선족이며 소수민족인 조선족에대한 연민이 깊다. 친커과장의 소개로 김현곤의 꽌시가 된다.


지역적으로 나눴지만 소설속에서는 조정래식으로 잘 얽혀있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현실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정글만리 역시 그런느낌이 듭니다. 소설을 읽었는데 중국문화책을 훑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3권 마지막으로 갈수록 전대광과 강정규의 대화부분은 작가와 독자의 대화라고 생각되고.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독자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유희거리 와 생각거리

다양한 책속의 유희거리들이 중국이란 나라와 문화를 이해하게 만들면서 중국을 돌아다니는 상상을 하게합니다. 저처럼 중국여행을 꿈꾸시고 동경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먼저 중국술에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중국 명주중에 마오타주는 사회주의 신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의 이름과 같아서 더욱 유명합니다. 중국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짜고 많음을 의미하는데 마오타주역시 그렇습니다. 중국 당원 고위간부는 되어야 진짜 마오타주를 마실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이상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짝퉁시장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량예라는 술 역시 명주중 하나인데, 이역시 고급관리는 되어야 진짜를 마실정도로 고가입니다. 하지만 역시 시중에 가짜술은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만큼 명주를 한번 마시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신중국을 세운 마오쩌뚱의 3대 명언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 둘째, 하늘의 반은 여자가 받치고있다. 셋째, 인구가 국력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인구통계가 약14억정도 됩니다. 마오쩌뚱 말따라 14억의 반이면 7억명정도가 됩니다. 이들 모두 여권신장운동을 거치며 '숭녀공처''공처가'라는 문화가 자리 잡은 중국에 살고 있습니다. 남아선호사상 유학의 시발점인 중국에서 이런 사회적 풍습이 자리 잡게 된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반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부를 거머쥔 사람들 세계로 가면 첩을 거느리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여자를 존귀하게 생각하는 사회풍토와 달리 여자명품이라고 말할정도로 하나의 사치품으로 여기는 풍조도 보여집니다. 중국 인민들이 대부분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러 의식하지 않은채 앞만 보며 달리는 것도 신기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제삼지 않으면 아무문제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중국식 편의주의의 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삼 놀랐던것은 중국이 18C까지 고정부동 GDP1위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역사를 뒤에 두고 사회주의 혁명초기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정부에서 중앙통제 하는 동안 생산효율성이 낮아지면서부터 경제암흑기를 겪기 시작한것도 중국입니다. 사회주의식 경제운동이였던 대약진운동이 실패하고 경제혁명가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지금 다시 G2자리까지 올라오게 된것도 중국입니다. 
시장개방이후 세계경제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까지 단번에 오르게 되었고, 비약적이면서 갑작스런 발전뒤에 항상 따라오듯 빈부격차는 심각해졌습니다. 부자들은 얼나이를 거느리며 100만원 짜리 술을 즐겨먹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1원짜리로 식사를 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경제초기에는 싼 노동력을 팔아가며 세계공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으로 많이 넘어가서 공장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한 것도 값싼 노동력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중국정부의 세금면제, 헐값부지 등 특혜와 같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어서 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중국이 값싼노동력으로 돌아가는 세계공장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짝퉁시장 발달에 따라 간단한 제조업과 기술들은 2~3년이면 금방 카피해버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노동자에서 경쟁자로 탈바꿈하는 것도 중국인들입니다. 이런 중국 현재를 살펴보면 명품뿐 아니라 과학기술 선진국들과 차이가 없을 만큼 고속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세계경제가 발전하는데 서구사회가 100년 걸렸다면 , 한국은 한강의기적이라 불리는 40년, 중국은 그보다 더짧은 30년이 걸렸습니다.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기축통화로서 위안화가 자리잡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중국인들의 특성또한 재미있으면서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중 하나가 "런타이둬(너무많아 너무많아)"인데 그 뒤에 암묵적으로 나빼고 3억정도는 없어져야돼라고 생각한다고합니다. 게다가 세계중심이 중국이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있어서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무척강하고, 개인적으로는 체면세우기(몐쯔)를 중요시 합니다. 얼나이풍조도 그렇고, 명품시장 등이 중국에서 성행하는 이유도 이런 특성과 맞물려서 돌아가고있기 때문입니다.
자부심 측면에서는 책에서 베이징대학생 인터뷰 장면이 인상깊습니다. 외신기자들이 중국을 비방할 목적인듯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때 마다 학생들이 대답하는 센스와 논리는 정말 경이롭습니다. 예를 들면 짝퉁시장이 판을 치는데 중국정부에서는 왜 제재를 하지않고 묵인하고 있는것이냐? 명품회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가? 등의 다음과 같이 능숙하게 답변합니다. 정부는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자국민의 경제활동 중 하나인 짝퉁시장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폭력이다 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흡사 유대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유대인에게 유대인의뻔뻔함(후츠파정신)이 있다면 , 중국인에게 중국식 뻔뻔함정신이 아주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였습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1당 독재체재를 취하며, 경제는 개혁개방이후 시장경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배반된 혁명인 구소련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독재자유주의라는 독자적 노선을 밟으며 성장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새마을운동때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났던거 처럼, 중국 각지에서도 농민공(농민이였지만 산업예비군으로 전락한 사람들)들이 도시로 모여들었습니다. 농민공들의 비참한 삶을 묘사한 장면들은 눈물없이 볼 수없습니다. 일자리는 한정적이고 농민공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산업현장에서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여 고군분투할때 제대로된 보상도 못받고 오히려 쫒겨나고 매맞는 모습이 실제 일어나는 이야기일거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본주의국가보다 더 자본주의 국가로 전락한 중국에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정글만리 메모

-중국식 편의주의, 문제삼지 않으면 아무문제 없는데 문제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중국은 그런나라야.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 그 뒤에 숨겨진 문화지체현상들

-세계공장에서 시장으로 탈바꿈

-만만디(느릿느릿), 하지만 자기이익과 돈 앞에서는 한국인보다 콰이콰이(빨리빨리)

-체면(몐쯔)을 중시하는 문화, 얼나이 풍조, 명품시장 등등

-꽌시로 시작해서 꽌시로 끝나는 것이 정도다

-공안이 이정도까지는 모르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중국공안은 모든것을 알고있다. 서슴지않고 불법사찰과 도청이 난무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에서 해서는 안될말. 첫째, 마오쩌뚱 비판, 신중국을 세우고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킨 마오쩌뚱은 인간을 넘어서 기복적인 대상으로 바뀌고 신격화 되어있다. 둘째, 공산당비판 (사회주의 중국정신의 모토인 1당체재가 유지되는 한 비판은 금물이겠지). 셋째,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지지 발언등. 정치적 민감성을 건들면안된다. 신장위구르족이라던가 티벳문제라던가. 한편으로 이제 이해가 된다. 왜 중국에서 판첸라마를 납치하고 달라이라마를 협박하는지.

-문화대혁명,대약진운동 (마오쩌뚱), 개혁개방(덩샤오핑)

-마오쩌뚱의 아들이 6.25전쟁에서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연 마오계통의 독재가 이어졌을거 같긴하다.

-중국인들의 사랑 숫자8, 돈을 번다와 같은 발음이라서, 배꽃(리화) 돈을 많이벌다의 발음과 비슷, 그래서 이화여대가 중국인 관광 명소중 하나다. 중국에서 아우디 마크가 사랑받는이유다.

-유학의 출발지인 중국에서보다 한국에서 유학사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되려 문화대혁명시기에 봉건적 폐해라고 여겨진 유학과 공자를 지워나가면서 중국은 사라져있다. 공자학교 1호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박리다매의 무서움. 중국에서는 가능하다. 매년 빨간내복만 1억벌이상이 팔리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미인계 만큼 고전적이며, 확실한 방법도 없다.

-중국인들의 장사수완과 장사술, 틈새시장전략, 독창성, 기민함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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